– 직장인 회의실 풍경 속, 말하지 못한 이야기
“회의가 또 잡혔어요.”
그 말 한마디에 묻어나는 감정은,
기대가 아니라 피로다.
그 말을 들은 동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인다.
“또 같은 얘기 반복되겠지.
이번에도 뭐 결정되는 건 없을 걸?”
회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의 일부가 되어가는 순간
회의는 원래 문제를 풀기 위한 자리다.
생각을 나누고, 더 나은 방향을 찾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이는 시간.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은 다르다.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입을 닫고, 표정을 감추고,
**‘말해봐야 바뀌지 않잖아’**라는 침묵만이 흐른다.
회의실이라는 작은 무대, 그리고 정해진 대사들
“이번 안건은 이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견 있으신 분 계실까요?”
사실 이 질문은,
**“이의 없으시죠? 그냥 갑시다.”**와 같다.
누구도 손을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꺼내도 바뀌지 않을 걸 알기에,
괜히 눈치만 보게 되니까.
회의실은 점점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결론을 통보받는 무대로 변해간다.
우리는 언제부터 ‘말을 삼키는 법’을 배웠을까
회의 중,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다.
‘이건 그냥 상사 눈치 보고 결정된 거 같은데…’
‘왜 자꾸 같은 얘기를 반복하지?’
‘뭔가 이상한데, 굳이 말하고 싶진 않네…’
하지만 그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마음속에 묻힌다.
회의실엔
**‘무난한 말’, ‘적당한 피드백’, ‘예상된 반응’**만이 떠다닌다.
그리고 진심은 점점 자리를 잃어간다.
질문하는 사람이 ‘문제’가 되는 구조
누군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낸다.
"혹시 다른 방식은 어떨까요?"
그 순간, 공기가 무거워진다.
눈빛이 움직이고, 표정이 굳는다.
“지금 시점엔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 방향은 조금 무리일 수도 있어서…”
문제보다 ‘문제 제기한 사람’이 부담을 떠안는 분위기.
그래서 우리는 질문하지 않고,
대신 피곤한 동의를 반복한다.
회의록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회의록엔
모든 게 정리돼 있다.
- 안건 A 전원 동의
- B안은 추후 논의
- C안은 시범 적용 예정
깔끔한 문장.
정돈된 항목.
마치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 기록 속엔
말하지 못한 감정,
삼켜진 의견,
침묵의 무게는 담겨 있지 않다.
회의는 점점 더
현실이 아닌 기록을 위한 절차가 되어간다.
말보다 더 피곤한 건, 말하지 못한 감정이다
회의가 끝났을 때,
가장 피곤한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때 그 말, 왜 못 했을까?’
‘혹시 내가 참은 게 잘한 걸까?’
‘지쳐서 그냥 입을 닫은 건 아닐까?’
그 순간 깨닫게 된다.
회의의 피로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각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가온의 질문
“오늘 회의가 끝났을 때, 당신의 마음은 어땠나요?”
“속이 시원했나요, 아니면 더 답답했나요?”
“우리는 정말 이야기를 나눈 걸까요, 아니면 버틴 걸까요?”
이 질문은 회의실을 넘어
우리의 인간관계, 업무, 삶의 태도까지 물어온다.
회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이 오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점점 더
말을 아끼는 법,
자신을 감추는 기술만 배워갈 것이다.
회의가 회의적인 이유는,
그 안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오늘,
회의실에서 진짜로 누구의 말을 들은 적이 있나요?
그리고, 당신 자신의 마음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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