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팀 회의에서, 혹은 어느 모임에서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
“우린 가족이잖아.”
처음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를 아끼고, 챙기고, 기댈 수 있는 분위기.
그래서 ‘가족 같은 조직’이라는 말이
이상적인 공동체의 표현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인데 회식 빠질 거야?”
“가족이면 이 정도는 희생할 수 있지 않겠어?”
“가족끼리는 눈치 안 봐도 되는 거잖아.”
그 말이 따뜻함이 아니라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압박처럼 들릴 때,
나는 그 말 속에 숨겨진 모순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감정을 덮어버릴 때
‘가족’이라는 말은
때로는 모든 것을 무마해버리는 면죄부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 “가족이니까 참아야지.”
- “가족이라서 더 세게 말한 거야.”
- “그냥 네 편이라는 뜻이지.”
그 말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강요하거나 나의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쓰인다면
그건 더 이상 따뜻함이 아닙니다.
진짜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진짜 가족은 무조건 함께 산다고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닙니다.
또한, 희생을 강요하거나 침묵을 요구하는 존재도 아닙니다.
가족이란,
서로를 살아 있게 만들어주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켜야 할 몇 가지 중요한 태도가 존재합니다.
1. 위계는 있어도, 지배는 없어야 합니다
가족 안에는 역할이 존재합니다.
부모와 자식, 선배와 후배처럼 자연스러운 구조.
하지만 경험이 더 많다고 해서,
명령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진짜 가족은
경험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서툰 사람에게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는 구조여야 합니다.
2. 조언은 간섭이 아닌 자율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가족이니까 말하는 거야.”
“너를 위해서 하는 조언이야.”
이런 말 뒤에는
종종 상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시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진짜 가족은
그 사람이 자기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존재입니다.
3. 주장보다 ‘의논’이 오가는 관계여야 합니다
“말대꾸 하지 마, 가족인데.”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입장 차이를 허용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막는 순간,
그 관계는 점점 억압이 됩니다.
가족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가 아니라,
말할 수 있고, 말해도 괜찮은 사이여야 합니다.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한다면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진짜 ‘가족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면
아래의 요소들을 갖춰야 합니다.
- 거절할 자유가 있고
- 침묵할 여유가 있고
- 말할 권리가 있고
- 의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곳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존중과 신뢰가 흐르는 조직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관계?
아니요, 말해도 괜찮은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상담사 가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관계가 아니라,
말해도 괜찮은 관계예요.
그리고 그 말이 명령이 아닌 ‘의논’이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진짜 가족이 될 자격을 갖게 되는 거예요.”
마무리하며
가족이라는 말이 더 이상 관계의 면죄부가 아니라
서로를 살려주는 성숙한 연결의 언어로 쓰이기를 바랍니다.
그 말이,
당신의 말할 권리와 선택을 덮지 않기를.
오히려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따뜻한 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가족이라는 말’에 지쳐본 적 있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가볍고 다정한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말해도 괜찮은 사이’ 속에서
당신이 마음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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