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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을 때

마음은 왜, 집에 도착하지 못했을까?

by 공인 멘토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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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은 했지만, 어딘가 돌아온 느낌은 들지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것은 분명 내 몸이었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 밖 어딘가에서 멈춰 있었다.

식탁에 앉아도, 소파에 누워도,
마음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공을 부유했다.
눈앞의 풍경은 분명 ‘내 공간’인데도,
나는 이상하게 낯선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입을 열었다가,
그냥 다시 다물었다.
‘또 시작이야’라는 표정을 보기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나조차도 내 말을 믿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렇게 말하지 않는 날들이 쌓였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은 눅눅한 이불처럼 가슴에 걸렸다.
그걸 걷어내기 위해 밤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TV를 틀고, 이어폰을 꽂고, 의미 없는 콘텐츠로 감정을 덮었다.

그러다 문득,
이 모든 것들이 쉼이 아니라
‘도피’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몸이 쉬면 마음도 따라 쉬는 줄 알았다.
침대에 눕는 순간, 마음도 누워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경계하고 있었다.
하루 동안 쌓인 말들,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들,
내가 하지 못했던 대답들.

그 마음은 회사에서 나오지 못했다.
집까지 걸어오지 못했다.
문턱 앞에서 주저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날, 나는 그 마음을 데리고 조용히 걸었다.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찾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는 곳에 있고 싶었다.

그러다 낯선 골목 끝에서 작은 문 하나를 발견했다.
간판도 없고, 불도 꺼져 있는 오래된 나무문.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문은
나를 오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문을 열었다.
그 안은 조용했고, 이상하게 따뜻했다.
누군가의 초대는 없었지만,
그 공간은 분명히 내 마음을 위한 자리 같았다.

의자에 앉았다.
누가 앉으라 한 것도 아니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내가 여기에 와야 했던 것처럼,
아무 망설임 없이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떠오른 한 문장.

“나는 왜, 이렇게까지 지쳐 있었을까.”

**

마음 둘 곳이 없다는 말.
예전엔 잘 이해하지 못했던 그 문장이
지금의 나는, 너무 잘 안다.

우리는 다들 어디에 서 있는 걸까.
누구도 손대지 못하게 감춰둔 마음은
과연 어디에 앉아 쉬고 있을까.

**

남겨두는 한 문장

마음이 쉴 자리가 없는 삶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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